사실상 '동원 vs 하림' 2파전…산은 '예정가'에 달린 HMM 인수전

입력 2023-11-13 16:36   수정 2023-11-14 16:04

이 기사는 11월 13일 16: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HMM 인수전이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이 주도하는 사실상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LX그룹이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유의미한 가격을 적어내진 않기로 가닥을 잡으면서다. 하림과 동원은 실사를 마치고, 자금 조달 계획까지 마련했지만 초조한 마음으로 HMM 주가의 향방과 산업은행을 바라보고 있다. 산은이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매각예정가격을 정하면 HMM 매각 입찰은 사실상 유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LX, 인수 의사 사실상 접어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X가 내부적으로 HMM 인수 의사를 사실상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입찰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하진 않았지만 참여하더라도 시장에서 논의되는 가격보단 낮은 가격을 적어내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LX가 산은과의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입찰에는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X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칫 딜 자체가 깨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가계약법상 입찰이 성립하려면 복수의 원매자가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LX가 빠지면 적격인수후보는 하림과 동원이 남게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하림과 동원이 모두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지만 LX가 빠지고 둘 중 한 곳이라도 입찰을 포기하면 남은 원매자의 인수 의지에 상관없이 유찰된다"며 "'내가 품지 못할 바엔 남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자'는 전략을 쓸 경우 터무니없이 딜이 유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수 자금 마련 계획 완성한 하림·동원
오는 23일 본입찰까지 열흘을 남겨둔 하림과 동원은 지난 8일 실사를 마치고 내부적으로 자금 마련 계획까지 모두 세워놓은 상황이다. 하림은 팬오션을 중심으로 인수 자금 마련 계획을 세웠다. 팬오션이 영구채를 발행하거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영구채를 사주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할 우호세력도 이미 섭외를 마쳤다. 팬오션의 선박 등 자산 유동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림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린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도 자금 마련의 한 축을 맡는다. 인수금융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대주단을 꾸렸다. 하림의 자금 마련책으로 꼽히던 양재동 물류센터 부지는 일단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기로 했다.

동원은 재무적투자자(FI)의 손을 잡지 않고, 인수금융도 최소화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산은이 재무적 안정성을 고려해 자기자본 비율을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로 보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대응이다.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한 대주단을 통해서는 브릿지론을 포함해 1조5000억원 안팎의 인수금융을 일으키기로 했다.

나머지 인수 대금은 주요 계열사들이 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십시일반으로 모은다.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인 스타키스트가 5000억원 안팎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동원로엑스와 동원홈푸드 등도 HMM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해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동원산업과 동원F&B, 동원시스템즈는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525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조달 금리는 4% 중반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동원그룹 주요 계열사는 신용등급이 높고, 부채비율이 낮아 회사채 발행 여력이 남아있다"며 "연 7~8%대 인수금융 금리를 부담하는 것보다 사채를 발행하는 게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F&B 사옥 등 주요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도 동원의 자금 조달 계획 중 하나다.
매각 성사 여부, 산은 의지에 달려
하림과 동원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입찰 가격만 결정하면 되는 상황이지만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주식 2억주 신규 상장에 따른 지분 희석에도 HMM 주가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하던 1조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 및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한 물량은 지난 10일 상장됐다. 신규 발행되는 2억주는 기존 HMM 전체 발행주식 수의 40.9%에 달한다. 그만큼 주식의 가치가 떨어졌지만 이날 HMM 주가는 되려 0.98% 올랐다. 13일 주가는 1.09% 내리는 데 그쳤다. 현 주가는 1만6370원이다.

주가는 산은의 매각예정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43조에 따르면 상장증권의 예정가격은 30일간 주가를 가중산술평균한 가격으로 정한다. 적격인수후보들이 본입찰 때 적어낸 가격이 매각예정가격보다 낮으면 딜은 유찰된다.

현 주가를 기준으로 매각 대상인 약 4억주의 매각예정가격을 산정하면 약 6조6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을 30%가량 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예정가격이 8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시장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HMM 매각 적정 가격을 5조~6조원으로 보는 만큼 산은이 이대로 매각예정가격을 적는다면 사실상 유찰을 결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HMM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97% 급감하는 등 해운업황이 확연하게 고꾸라진 만큼 현 상황에선 5~6조원대 몸값을 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이번 HMM 매각의 종결 여부는 산은의 의지에 달렸다는 얘기도 이 때문이다. 민영화 등 공공기관 선진화방안 추진에 따른 매각업무 일반기준 제11조에 따르면 '매각대상자산의 매각예정가격은 매각주관사 등 외부전문기관이 매각대상자산에 대한 실사 및 매각대상 자산의 특성 등을 고려해 산정하되 국유재산법령의 관련규정을 적용 또는 준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주가를 기준으로 예가를 산정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산의 특성을 고려해 매각주관사가 정하면 된다는 얘기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매각 의지가 있다면 지분 희석 영향이 주가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매각대상 자산의 특성을 고려해 매각주관사인 삼성증권과 매각예정가격을 정해야 한다"며 "딜의 종결 여부는 사실상 산은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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